'대위의 딸'을 읽고 나서 한동안 마음이 묘하게 먹먹했다. 단순한 역사 소설인 줄 알았는데, 그 안에는 사랑, 충성, 배신, 그리고 성장의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었다.
처음에 표트르가 그저 철없는 귀족 청년처럼 보여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리야와 만나고, 푸가초프의 반란 속에서 목숨을 걸고 그녀를 지키는 모습을 보며 점점 달라지는 그의 태도에 놀랐다. 사랑이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때로는 목숨을 걸 수 있는 책임이라는 걸 느끼게 해준 이야기였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표트르가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 했다는 점이다. 시대가 혼란스럽고, 누구를 믿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믿음이 결국 마리야를 구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진정한 ‘성장’을 본 느낌이었다.
마리야 역시 조용하고 수동적인 인물처럼 보였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황후에게 직접 탄원서를 쓰는 용기를 낸 장면에서 감동받았다. 그녀는 말없이 강한 인물이었다.
읽는 내내 나는 ‘나는 누군가를 그렇게까지 믿고 지킬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됐다. 진심은 결국 통한다는 말이 고전 속에서 이렇게 살아나 있다는 게 참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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