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의 창작'은 지금까지 내가 가볍게만 생각했던 ‘만화’라는 매체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준 책이다. 스콧 맥클라우드는 만화를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이미지와 텍스트가 결합된 복합적인 예술이라고 말한다.
책의 흥미로운 점은 이론서임에도 불구하고 ‘만화’ 자체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만화로 만화를 설명하는 방식이어서 내용이 어렵지 않게 다가왔고, 그 자체가 설득력이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칸’에 대한 설명이다. 우리는 흔히 만화를 읽으면서 칸과 칸 사이를 아무 생각 없이 넘기지만, 작가는 그 ‘틈’을 통해 시간의 흐름이나 감정의 변화를 전달한다는 사실을 배우고 나서, 평소에 보던 만화들이 훨씬 더 깊고 의미 있게 느껴졌다.
또한 ‘아이콘화’라는 개념을 통해, 왜 만화 속 인물들이 단순화되어 표현되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독자가 더 쉽게 감정을 이입하고, 자신을 투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그동안 얼마나 피상적으로 만화를 소비해왔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이제 만화를 볼 때, 단순히 그림과 글을 따라가기보다는 그 속에 숨겨진 구조와 기법을 의식하게 된다.
'만화의 창작'은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시각 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창작을 꿈꾸는 나에게도 큰 자극이 되었고, 앞으로 어떤 매체든 더 깊은 눈으로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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